[작은 아씨들] 오인주 – 가난 속에서 부의 유혹에 흔들리는 심리 구조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은 세 자매가 거대한 권력과 자본의 비밀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그 중 첫째 언니 오인주(김고은 분)는 늘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인물로, ‘돈’이라는 키워드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릴 적부터 가난에 시달려온 그녀는 부와 안전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며, 도덕과 생존 사이에서 흔들리는 심리적 갈등을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오인주의 심리를 중심으로, 가난이 만든 불안, 돈에 대한 욕망, 윤리적 선택의 모호성을 함께 살펴본다.


1. 오인주의 생존 전략 – “돈만 있으면 된다”

오인주는 어릴 적 부모의 무책임으로 세 자매와 함께 가난하게 자랐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는 현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 살아왔다. 그 결과, 돈은 그녀에게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존재의 안전을 지켜주는 유일한 무기가 된다.

“돈이 있으면 뭐든 할 수 있어”라는 그녀의 대사는 무책임한 낙관이 아니라, 오랫동안 무력했던 경험이 만든 방어적인 확신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경제적 불안(economic insecurity)이 만든 심리적 보상 욕구로 해석한다. 즉, 실제로 잃을까 봐 두려운 것이 아니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결핍을 채우려는 과잉 보상이다.


2. “가난한 사람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오인주는 극 중 ‘진화영’이라는 친구가 남긴 거액의 돈을 손에 쥐게 된다. 이 돈은 합법적인 것도 아니고, 정당한 것도 아니지만, 그녀는 고민 끝에 “이 돈은 내 것이다”라고 선언한다.

이 장면은 그녀의 심리적 딜레마를 가장 잘 보여준다. 그녀는 죄책감과 도덕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지만, 한편으론 자신이 그 돈을 가질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자신은 ‘그동안 너무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오인주는 윤리와 생존 사이에서 ‘합리화’를 선택한 인물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의 해소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내가 한 행동(돈을 가짐)과 내가 믿는 가치(정당한 삶)의 충돌을, ‘나는 오랫동안 불행했기 때문에 괜찮아’라는 자기 정당화로 조율하는 것이다.


3. 부유함에 대한 동경은 단지 물질적인 것일까?

오인주는 돈 많은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하지만 단지 그들이 ‘비싼 옷을 입고, 넓은 집에 사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불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감이다.

‘부’는 그녀에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이며, 그것이 바로 자유와 존엄을 지키는 도구라고 믿는다. 그래서 그녀는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자립하고 싶어한다. 이것은 심리학적으로 볼 때 생존 중심의 자율성 욕구(survival-based autonomy)이다. 오인주는 도덕적 결단보다, ‘다시는 불안에 떨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목표로 삼는다. 그 목표를 위해서라면, ‘올바름’이라는 개념조차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4. 부정한 돈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흔들리는가

극 중 인주는 점점 더 거대한 비리 구조에 휘말린다. 초반에는 돈 앞에서 쉽게 흔들렸지만, 점차 그 돈이 만든 세계의 잔인함을 알게 되며 달라진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돈이 오히려 사람을 파괴할 수 있다는 현실을 마주한 뒤, 오인주는 점점 ‘돈을 어떻게 쓰고, 어떻게 버려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과정은 오인주가 무조건적인 돈 추구자에서, ‘선택할 줄 아는 사람’으로 변화하는 순간이다. 즉, 욕망에 끌려 다니던 인물에서, 욕망을 직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한 것이다.


5. 오인주는 죄를 지었는가, 아니면 인간적 선택을 했는가?

오인주의 선택을 도덕적으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녀는 나쁜 의도를 갖고 행동하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많은 책임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던 사람이다.

그녀의 행동은 법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비판받을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매우 현실적이고 인간적이다. 지속적인 결핍 속에 살아온 사람에게 ‘정의’란 너무 비현실적인 단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아씨들'은 오인주를 통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정말 가난한 상황에서도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마무리 – 돈이 흔드는 것은 욕망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다

'작은 아씨들' 속 오인주는 부유함을 꿈꾸지만, 그 꿈의 끝에서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깨닫는다. 그녀는 흔들렸고, 때론 틀렸지만, 결국 다시 자신을 선택한 사람이다.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기 위해 돈이 필요한 현실 속에서, 오인주의 여정은 우리 모두의 선택과 흔들림을 대변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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