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빈센조 까사노 – 범죄와 정의 사이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심리

tvN 드라마 [빈센조]의 주인공 빈센조 까사노(송중기 분)는 한국계 이탈리아 변호사이자 마피아 콘실리에리(Consigliere)다.

그는 합법과 불법, 정의와 범죄라는 상반된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인물이다.
표면적으로는 냉철하고 무자비한 해결사지만,
그 내면에는 자신만의 가치와 도덕 기준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글에서는 빈센조라는 캐릭터의 이중성, 심리적 동기, 그리고 정의관의 유연성을 분석해본다.


1. 범죄 속에서 자란 아이 – 생존이 먼저였던 삶

빈센조는 어릴 때 한국에서 이탈리아로 입양되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기다린 건 안정된 가정이 아니라, 범죄 조직의 세계였다.
그에게 세상은 애초부터 공정하지 않았고,
살아남으려면 힘과 전략이 필요했다.

이런 환경은 그를 도덕보다 생존을 우선하는 사고방식으로 만들었다.
심리학적으로는 실용주의적 생존 전략(pragmatic survivalism)에 해당한다.
그는 법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한 규칙’을 기준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행동한다.


2. ‘선’과 ‘악’이 아닌, ‘이익’과 ‘불이익’의 계산

빈센조의 도덕적 기준은 절대적인 선악 개념과는 다르다.
그는 불법을 사용해서라도 불의를 바로잡지만,
동시에 자신의 이익도 놓치지 않는다.

이는 도덕적 상대주의(moral relativism)에 가까운 태도다.
그에게 정의란, 법과 제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것”과 “내 사람을 지키는 것”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그는 범죄 수단을 정의 실현의 도구로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3.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이중성

겉으로는 냉혹한 해결사지만,
빈센조는 관계에서 의외로 정서적 유대와 충성심을 중요시한다.
금가프라자 세입자들, 홍차영 변호사, 과거 인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법과 상식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보답하거나 보호한다.

이는 범죄 조직에서 길러진 패밀리(Family) 중심 가치관과 맞닿아 있다.
그는 ‘혈연’보다 ‘의리’로 맺어진 관계를 더 신뢰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집단 내 결속(in-group cohesion)에 높은 가치를 두는 성향이다.


4. 자기합리화 – 폭력의 이유를 만드는 법

빈센조가 사용하는 폭력과 불법은 단순한 쾌락이나 보복이 아니다.
그는 언제나 명분을 만든다.
“그들이 먼저 악을 저질렀다”,
“이건 나쁜 놈을 벌하는 정의다”라는 식이다.

이런 태도는 심리학에서 도덕적 정당화(moral justification)로 불린다.
스스로의 행동이 불편한 죄책감을 불러올 때,
그 행동을 더 큰 선(善)이나 불가피한 상황으로 포장해
내적 갈등을 줄이는 심리 기제다.


5. 정의와 범죄 사이의 경계 – 전략적 모호성

빈센조가 매력적인 이유는 그가 ‘흑백’의 인물이 아니라,
철저하게 회색 지대에 서 있기 때문이다.
그는 부패한 권력과 맞설 때만큼은 정의로운 영웅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도 희생시킬 수 있는 냉정함을 가진다.

이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도덕적 원칙을 상황에 따라 조정함으로써
가장 유리한 결과를 만드는 방식이다.
덕분에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패를 쥐고 있는 사람으로 남는다.


마무리 – ‘정의로운 악당’이 던지는 질문

[빈센조]의 주인공은 법을 지키는 영웅도,
무자비한 악당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정한 원칙 안에서만 움직이며,
그 원칙이 법과 부합할 때도, 어긋날 때도 있다.

빈센조는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정의는 반드시 깨끗한 손으로만 지켜야 하는 걸까?”
그 답은, 아마도 그의 삶처럼 복잡하고 회색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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