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이재한 – 정의감과 집착 사이의 심리적 경계
tvN 드라마 [시그널]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이재한(조진웅 분)은 과거의 형사이자, 무전기를 통해 현재와 연결되는 독특한 캐릭터다.
그는 부당함을 참지 못하고, 피해자의 편에 서는 정의로운 형사지만,
그 정의감은 때로 집착에 가까운 집념으로 변한다.
이 글에서는 이재한의 정의감과 집착 사이의 미묘한 경계,
그리고 그 심리적 동기를 분석한다.
1. 피해자 중심 사고 – 정의감의 뿌리
이재한은 사건을 다룰 때 항상 피해자의 시선에서 접근한다.
가해자 검거뿐 아니라,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유족의 고통까지 신경 쓴다.
이러한 태도는 공감 능력(empathy)과 정의감(sense of justice)의 결합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적으로, 그는 정의 중심형 성격(Justice-Oriented Personality)에 해당한다.
이 유형은 불평등이나 불의를 보면 감정적으로 강하게 반응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쉽게 놓지 못한다.
2. ‘못 풀면 끝이 아니다’ – 미해결 사건이 만든 강박
이재한은 미해결 사건에 대해 놓지 못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것은 단순한 책임감이 아니라,
심리학적으로 집착적 사고(obsessive thinking)의 특징이다.
미해결 사건은 그의 정의감에 결핍 상태를 만든다.
문제를 끝내지 못하면 자신의 가치와 직업적 정체성까지 위협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는 끝까지 매달린다.
이때 정의감은 집착으로, 책임감은 강박으로 변한다.
3. 도덕적 분노와 위험 감수
이재한은 조직의 부당한 명령이나 비리를 거부한다.
그 대가로 승진 기회를 잃고, 동료와의 갈등을 감수하며,
때로는 신변의 위험까지 무릅쓴다.
이런 행동은 도덕적 분노(moral outrage)에서 비롯된다.
도덕적 분노는 사회적 불의를 바로잡기 위한 행동 동기를 강화하지만,
지속되면 현실적인 판단을 흐리게 하고,
위험 감수 성향(risk-taking tendency)을 높인다.
4. 정의감과 집착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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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 타인을 위한 행동, 객관적 기준 유지, 결과와 과정 모두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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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 자기 가치 확증을 위한 행동, 주관적 기준 강화, 결과보다 완결성 집착
이재한은 두 영역을 오가며,
특히 피해자와의 정서적 유대가 깊어질수록 집착 쪽으로 기울어진다.
이것이 그를 더욱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지만,
동시에 사건 해결 과정에서 무리수를 두게 만든다.
5. 무전기의 연결 – ‘과거를 바꾼다’는 심리적 의미
이재한이 박해영(이제훈 분)과 무전기를 통해 연결되면서,
그의 집착은 새로운 동력을 얻는다.
이제 과거를 바꿔 피해자를 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의 정의감을 사명감(mission)으로 확장시키지만,
동시에 현실에 대한 집착을 강화시킨다.
이것은 통제 회복(control restoration)의 심리와 관련 있다.
과거의 무력함을 뒤집을 기회가 주어졌을 때,
사람은 평소보다 더 강하게 그 일에 몰입하게 된다.
마무리 – 정의로운 형사와 집착하는 인간 사이
[시그널] 속 이재한은
정의감이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는 피해자를 위해 목숨을 걸고, 부당한 권력에 맞서지만,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소진시키고 고립시킨다.
이재한의 이야기는 이렇게 묻는다.
“정의감이 너무 강해지면, 그것은 여전히 정의일까?”
그 답은, 정의와 집착 사이의 회색지대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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