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 – 원칙을 지키려는 리더의 심리적 뿌리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불의에 맞선 청년의 집요한 성공기이자, 신념과 정의, 그리고 인간적인 복수의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그 중심에 선 인물 박새로이(박서준 분)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가치관과 강한 도덕심을 지닌 리더로 그려진다.
하지만 박새로이의 ‘원칙’은 단순한 도덕적 태도가 아니다. 그가 고집스럽게 신념을 밀고 나가는 이면에는 트라우마, 상실, 불안, 그리고 자기 확신을 통한 정체성 복원이라는 복합적인 심리 구조가 깔려 있다.
1. 정의감으로 무장한 청춘 – 신념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었다
박새로이는 고등학생 시절, 부당한 권력과 마주하게 된다. 급우의 폭력에 맞서며 “맞고도 가만히 있는 게 더 부끄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그가 타고난 정의감의 소유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 태도는 단순한 선의나 도덕심이 아니다. 그에게 정의는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이자, ‘아버지에게 배운 유일한 삶의 철학’이다.
부친이 갑작스럽게 사고로 사망하고, 세상은 진실을 덮어버린다. 그 순간부터 박새로이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 살아남는 결심을 한다. 즉, 신념은 그에게 생존의 이유이자 정체성의 중심이 된다.
2. 타협 없는 고집 – 현실을 통제하려는 심리적 보상
박새로이는 항상 “옳다고 믿는 것”만을 따른다.
상대가 누구든, 상황이 어떻든, 그는 자신의 원칙을 꺾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때론 강직함으로, 때론 고집과 융통성 부족으로 보이기도 한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자기 통제력 강화(self-control assertion)와 관련이 있다. 특히 과거에 무기력한 상황(부친의 죽음, 퇴학, 사회적 배제)을 겪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판단이나 신념을 쉽게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왜냐하면 그 신념은 ‘내가 세상을 이겨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박새로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현실보다 신념에 충실한 세계관을 구축한 사람이다.
3. 리더십의 핵심 – 약자에 대한 확고한 연대 의식
박새로이의 리더십은 성격형 리더십이 아니다. 그는 카리스마도 강한 언변도 없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서사를 깊이 존중한다.
이현이(전과자), 김토니(혼혈), 마현이(트랜스젠더), 조이서(사회 부적응자) 등 주변 인물들은 모두 ‘소외된 사람들’이다. 박새로이는 그들을 받아들이고, 그 누구보다 신뢰하며 기회를 준다.
이것은 ‘착한 주인공’의 태도를 넘어서, 자신 역시 소외되고 버림받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의 본능적 연대감이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사회적 동일시(social identification)의 방식이다.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과 연결되어, 서로를 통해 자기 존재를 회복하려는 본능적 결속이다.
4. 복수가 목표인가, 회복이 목표인가?
드라마 전체에서 박새로이의 최종 목표는 장가그룹 회장 장대희와 그 아들 장근원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복수는 단순한 감정적 분출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싸움이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해서도, 권력을 얻기 위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자신과 아버지가 짓밟혔던 순간을 되돌리기 위해, ‘제 방식으로 이기는 것’에 의미를 둔다.
이는 복수라기보다 존엄성 복원의 서사에 가깝다. 즉, 박새로이는 결국 세상을 바꾸기보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5. 트라우마를 동력으로 삼은 사람 – 외상 후 성장(PTG)의 대표 사례
박새로이는 어린 시절의 상실, 배신, 부당함이라는 외상을 겪었지만, 그것을 ‘피해의식’이 아닌 ‘행동의 동력’으로 전환한 인물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 PTG)의 전형이다.
고통스러운 사건 이후
☑ 신념의 재정립
☑ 인간관계의 재구성
☑ 삶의 목적과 방향의 명확화
를 통해 그는 정체성을 강화하고, 삶의 의미를 스스로 재구성했다.
즉, 박새로이는 ‘성공한 청년’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의 주인이 된 사람이다.
마무리 – 원칙은 박새로이에게 삶 그 자체였다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는 정의감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영웅이 아니다. 그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면서도, 그 상처에 휘둘리지 않고 ‘나답게 살아가는 법’을 지키려 했던 사람이다.
그의 신념은 고집이 아니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었고, 그는 끝내 그 방어선을 지키며 살아남았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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